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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2일 올해들어 3번째를 맞는 한일전이 열렸습니다. 결과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이란전에 이어 또다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축구팬들의 걱정과 실망을 부른 경기였습니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이러저러한 의문점을 가지고 계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저 역시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의문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1. 구자철 선수는 왜 출전하지 않는가?
2. '마지막 기회'를 맞은 유병수 선수. 10분의 시간으로 충분한가?
3. 김정우 선수에 이어 염기훈 선수까지, 재교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이란전에서 김정우 선수가 후반전을 시작으로 교체출전했다가 약 20분만에 재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일전에서는 염기훈 선수가 그랬구요. 교체되어 들어간 선수를 다시 교체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희귀한 일입니다. 감독의 선수기용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연이어 두번이나 일어났다는 점에서 굉장히 염려스럽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대표팀 내에서의 훈련 때에는 이러한 문제점(선수의 컨디션 난조 또는 전술적 움직임 부족)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즉, 앞의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 '대표팀에서의 훈련으로 이미 파악이 끝났다'는 것과 모순되는 의문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4. 전술의 핵심 포어리베로. 유사시 대책은 있는가?
문제는 포어리베로라를 맡은 선수가 부상 및 여러 이유로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 출전을 불가능하다면 그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어느 포지션이든 그 자리에는 항상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가 존재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 포어리베로의 자리는 그에 적합한 주전 선수가 있는지, 유사시 주전선수를 대신하여 포어리베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준 높은 후보선수가 등장할 것인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5. 월드컵 원정 16강의 원동력이었던 자율적인 분위기는 어디갔는가?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자율적인 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Link)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는 다른 대표팀의 모습에 환호했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조광래 감독의 모습은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마치 과거의 잔재가 부활한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자연스럽게 변해온 국가대표팀의 자율적인 분위기가 다시금 역행하는 것 같아 염려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6. 수적 우위를 점하는 전술. 그런데 왜 실제 경기에선 그렇지 못하나?
조광래 감독의 전술은 윙백의 활발한 활동량이 요구됩니다. 윙백을 통해 공격이든 수비든 모든 곳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전술이고, 이는 골결정력이 부족한 고질적인 우리 국가대표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진행되면 오히려 모든 곳에서 수적인 열세가 나타납니다. 원톱은 고립되어 공을 받지 못해 아래로 내려오는 경구가 다반사고, 미들진은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합니다. 이란전에서처럼 강한 압박을 통해 공격을 해오면 윙백은 오히려 수비진에서 나오질 못하고 5백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윙백이 공격을 나간 후 비어있는 그 뒷공간을 이용한 역습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아직까지 전술상의 움직임을 선수들이 확실하게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힐 수 있는 시기까지 판단을 미루고 좀더 지켜보아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조차 역할 숙지에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볼 때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약간은 걱정이 됩니다.
7. 압박으로 인해 제대로 패스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미들진
앞의 문제와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이란전에서부터 상대팀이 협력수비를 이용해 강한 압박을 하면 미들진에서의 패스플레이가 실종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과 일본의 압박에 무너질 정도의 미들진이라면 월드컵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광래 감독의 전술 성격상 미들진에서 두명의 선수가 최전방으로 양질의 패스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포어리베로는 이러한 두 선수의 수비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공수의 원할한 전환 및 운영은 두명의 미드필더에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수들이 중원에서의 압박에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오늘처럼 단조로운 측면플레이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예부터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좋은 윙어들을 활용한 측면플레이에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중원 장악의 실패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이루어지는 측면플레이와, 측면은 물론 중앙에서까지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유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측면플레이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한일전에서 누가 더 잘했다, 못했다라고 평가하기엔 매우 이릅니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이제 막 새로운 감독의 체제하에서 팀을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의 홈에서 이루어진 경기었고, 우리의 공격패턴이 일본보다 조금 더 단조로웠다는 점은 안타까웠습니다. 이 부분들은 앞으로 고쳐나가야할 점이겠지요. 친선경기의 승패에 따라 이리저리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데 조금씩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이란전에 이어 이번 한일전까지 우리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경기라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경기를 치룬 국가대표팀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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