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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사

교사 대탈출의 시대 : 교직은 침몰하는 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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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기분이 나쁘므로' 이루어지는 정서적 아동학대는 '신고 즉시 분리'라는 명목하에 교사와 학교를 단절시킨다. 학교장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기에 해당 사건을 인지한 즉시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자로 신고한다.

 

그렇게 아동학대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교사는 홀로 내팽개쳐지며, 공식적인 아동 학대자가 되어 자신의 돈으로 변호사를 구하고 경찰 소환에 대비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게 과연 고용 안전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삶인가?

 

공무원 연금은 이미 그 수익비가 처참함에도 계속된 개혁을 요구받고 있고, 유일하게 남은 장점인 공무원의 고용 안전성은 이리도 쉽게 흔들리는데 누가 교직을 희망하겠는가? 그 결론은 교사들의 대탈출이다.

 

[2022 국정감사]임용 1년만에 스스로 퇴직한 교직원 5년간 1133명

[서울경제] 임용 후 1년 이내 스스로 그만둔 교직원이 최근 5년간 11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 및 시·도교육청 지

v.daum.net

2022년도 국정감사에 따르면 1년 이내 중도 퇴직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1년 이내 면직자는 2018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혹자는 수도권 재임용을 위해 면직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데 지역별 퇴직자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퇴직자가 가장 많은 지역 1위가 경기도, 2위가 서울이기 때문이다. 교직 자체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2022년을 강타한 인기글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다. 아동학대로 고소당해 고통받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의 이야기, 직장을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한 한탄과 자조, 비뚤어진 외부의 시선과 조롱 등 작년 한 해 교사 커뮤니티는 우울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제 교육을 위한 연수는 인기가 없다. 상담을 위한 연구회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생활지도 방법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지역 모임도 예전 같지 않다. 교사들의 관심사가 교육이 아닌 생존 그 자체로 가득하다.

 

수능 준비 스터디 모임, 공기업 준비 스터디 모임 등 각종 공부 모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수의사, 세무사, 공기업으로 이직하게 된 교사들의 마지막 인사글이 인기글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어느 한 곳만의 상황이 아닌데, 여러 커뮤니티에서 변호사나 한의사로 탈출하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마무리 인사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교사가 꿈이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았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다.

 

이처럼 작년 한 해는 정말 교직이 침몰하고 있는 배라는 것, 그리고 능력있는 사람들은 이미 배를 탈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해였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학령인구 급감은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당장 올해부터 매년 4-5만명의 초등학생이 사라진다. 그나마 인구가 유지된다는 경기 남부조차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급수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생님, 이제 7년 남았습니다. 준비하고 계신가요?

오늘도 뉴스에서 우리나라 출산율 그래프를 봅니다. 계속해서 내려가기만 하는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그 바닥이 어딘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어느 순간이 되면 재반등할거라는 막연

marcustulliuscicero.tistory.com

2년 전에 위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신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이제 겨우 2년 지났는데 벌써 현실이 어마무시해졌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더욱 매서울 것이다.

 

이런 시국에 교원노조 가입률은 6%를 기록중이다. 뭐, 다들 믿는 구석이 있어서 유유자적 방관하는 것일테다. 역시 인생은 각자도생이지. 떠나는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겠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먼저 떠난 선생님들이 조금 많이 부럽다. 

 

글을 쓰는 도중 2023년에도 담임 수당과 보직 수당이 동결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20년째 7만원 받는 보직교사 수당이라니.. 국가가 인식하는 교사 대우가 딱 이 정도임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학생 때 스펙은 성적이고 그 결과인 대학이었지만, 직장인에게 스펙은 연봉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연봉이 곧 지금 나 자신의 스펙이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30대 중반,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써 마냥 발만 동동거릴 순 없다. 백척간두의 상황 속에서 다시 한번 나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대탈출의 시대, "당신은 지금 당신과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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