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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사

교사 승진에 대한 고찰 : 코로나와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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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교장 승진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쉽게 말해 '학교가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장이 되기 위한 승진 루트를 밟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학생수 감소 심각성, 정부공식 통계로 확인되다 - 고신뉴스 KNC

통계청은 2022년 5월 26일(목) ‘장래인구추계(시도편): 2020~2050년’을 발표했다.보도자료에 발표된 추계 외에도 국가통계포털(KOSIS)에는 학령기 인구의 중위 추계(출산율-중위/기대수명-중위/국제

www.kosinnews.com

지난 6월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올해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학령기 인구의 중위 추계(2022~2033)를 발표했는데 이 값이 매우 충격적이다.

사실 저출산을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살던 사람들에게나 충격적인 뉴스일 뿐, 이미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나 역시 20년에 관련 내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저출산의 현실을 알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고 권유하는 글이었다.

 

선생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6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신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다음 교육과정 구성을 위해 동학년 회의에 모이셨을 것입니다. 기획회의에서 정해진 결정사항도

marcustulliuscicero.tistory.com

교사가 승진을 하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현장직이기에 나이가 들었을 때 체력적으로 교단을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아무래도 젊은 감각을 잃어버린 노년의 나를 학부모와 아이들이 좋아할까에 대한 걱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이론이나 논어 위정편 등 여러 분야에서 40대의 인간은 명예욕을 추구하며, 교사는 이러한 욕구 충족을 위해 뒤늦은 승진 준비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농어촌에 근무하면서 40대에 첫 진입을 시도하는 선생님들을 종종 목격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욕구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농어촌 지역에서 지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해보니 그 폐해를 자주 목격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승진 원툴 : 완전히 매몰되어버린 삶

 

농어촌 지역은 승진을 희망하는 교사가 많고, 이러한 교사들이 모여있다 보니 도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각종 갈등과 관리자의 갑질 등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부터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한 교사들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승진 자체에 올인하는 삶'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동료 교사들이 모두 승진을 위한 교육 활동에 매진하는데다 회식 등 여러 친목 자리에서 승진 얘기만 하고 있으니 그렇다.

 

승진 얘기만 하는 것도 지겨운데 자꾸만 어린 교사에게 이러쿵 저러쿵 조언을 가장한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으니 시야는 더욱더 좁아지고 자기 강화를 통해 삶이 획일화 된다. 그렇게 승진에 매몰되는 것이다.

 

 

'승진만을 추구하는 삶'은 지금껏 큰 문제없이 그럭저럭 유지되었으나,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반동이 일어났다. 이 흐름은 승진 원툴의 교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바로 코로나와 저출산이다.

 

집단 내 새롭게 등장한 자본주의 계층

 

코로나19는 단순히 전세계적인 전염병을 넘어 전 세계적인 자산 폭등을 유발하였다. 이로 인해 나이를 막론하고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생겨났고, 교사 집단 내에도 이러한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떠들어대는 언론 때문에 모른 척 하고 싶어도 자신과 그들의 자산 격차를 깨닫게 되었다. 저렴한 아파트에 살며 오래된 자동차와 값싼 옷을 입던 승진러들은 비싼 아파트와 값비싼 자동차, 세련된 옷을 갖춘 교사들과 자연스럽게 구분되었다. 승진 점수 하나로 줄이 세워져있던 조직에 자본이라는 무기로 기존의 체계를 흔드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의 등장은 '승진 하나만을 바라보던 삶'을 추구하는 교사들에게 큰 충격이었고, 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선사하였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은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전지구적 선택지였고, 이는 예전같지 않은 관리자의 권위와 비교되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동안 일명 승진러-승진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교사-들은 여지껏 나이가 어리거나 자신보다 승진 점수가 부족한 교사들을 은연중에 자신의 아래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기회를 잡은 교사들의 삶은 매우 여유로웠고, 경제적 여유는 그들의 언행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더이상 연구실에서 대화의 주도권을 내주고 방관하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항상 승진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주도하던 승진러는 어느 순간부터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잘 모르는 이야기에 밀려 소외되는 기분을 맛보았는데, 자산에 관한 주제에서 승진러는 더이상 남들보다 우월한 정보를 쥐고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개인의 여유를 추구했고, 사실 도시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행동이 경직된 농어촌 사회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관리자와 부장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았고, 승진만이 지상 목표라던 가스라이팅도 쉽사리 깨져나갔다. 그들은 변화를 깨닫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불쏘시개를 던져

 

이렇듯 불안해진 그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있으니 앞서 말한 저출산 문제다. 우리 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정도로 심각하며, 그에 따라 학령 인구 감소 역시 가파르다. 문제는 근 10년 내에 학생 수가 지금의 절반 이상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승진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교사들에게 큰 위협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 또는 초등과 중등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통합학교의 증가로 인해 관리자 티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티오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승진을 위한 커트라인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약 20년 동안 승진을 위해 달려온 교사들에게 그 결과가 불행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학령 인구 감소는 승진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유발하고, 이는 안그래도 새로운 계층의 등장에 불안해진 승진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승진 포기하라고?

 

이쯤 되면 '그래서 넌 승진 포기하라고 말하는거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들인 시간과 돈이 많을수록 아까워서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매몰 비용이 상당한 사람들에게 '이러저러 하니 걍 포기해'라고 말하는건 쉽지 않다. 설령 그렇게 말한들 당사자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에 나는 승진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 발만 살짝 걸치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 내 마음 속에 어떠한 욕구가 발현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승진 자체를 완전히 포기한 삶을 살았는데 40대 들어 불현듯 승진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면 어찌할 것인가? 교장 단임제가 도입되거나 (가능성은 낮지만)극적인 출산율 반등으로 인해 그럭저럭 관리자 티오가 유지되면 그때는 또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생 시나리오를 계획해야 한다. 그동안 승진만을 추구하다가 병을 얻거나 결국 이루지 못하고 패배감에 사라지는 교사들을 많이 보았다. 어떻게든 승진은 했는데 그 과정 중에 얻은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언가 삶을 올인하는 것은 그 과정도 힘들지만, 결과에 따른 인생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에 항시 경계해야 한다.

 

사실 아예 승진 자체를 포기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미래에도 지금의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 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나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면 한 발이라도 살짝 걸치고 있으라는 것이다.

 

하나에 너무 매몰되어 버리면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얻는 반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무엇이든 간 보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승진도, 재테크도, 취미를 즐기는 삶도.. 모든 것에 한 발씩 걸치고 간보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스트레스 없이 살다가 우연히 어떤 기회가 생기거나 강한 확신이 든다면, 그때 되서 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승진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20대 후반의 교사들과 30대에 접어들어 벌써부터 승진만을 쫓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는게 보이는 교사들, 이미 승진에 매몰 되어 인생을 올인하고 허덕이는 40대 교사들까지, 우연찮게 농어촌 지역에 근무하면서 만난 여러 교사들을 바라보며 그 동안 느낀 점을 이 글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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