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교사

선생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반응형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6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신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다음 교육과정 구성을 위해 동학년 회의에 모이셨을 것입니다. 기획회의에서 정해진 결정사항도 듣고, 교육과정에 녹이는 작업도 끝나면 잠깐 짬을 내어 차 한잔 타놓고 20-30분간 이야기 나누실 것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8시 30분부터 한 명씩 등교하는 아이들을 상대하셨고, 발열체크를 하러 정문에 내려가셨거나 긴급한 학부모 문자들을 처리하셨을 겁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 오늘이 등교날이냐는 전화와 교과서가 갑자기 없어졌는데 어떻게 하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마다 서로 엉겨 붙은 아이들을 떨어트려 놓고,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을 인솔하느라 정신없으셨을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복도에 서 계시거나 아이들과 알림장을 쓰고 계셨을 겁니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셨으니 동학년 회의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기 전, 잠깐 쉬면서 담소를 나누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 30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시간을 아끼고 아껴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삼성, 하닉에 다니는 제 친구들은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재테크 스터디를 나가고 있습니다. 변호사인 친구는 야근 후 새벽에도 세계 경제 기사를 스크랩합니다.

 

회사원에게는 점심시간이 있습니다. 잠깐 담배를 태우거나 화장실에 가서 틈틈이 경제 신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학교는 금연구역이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갈 틈도 없으며 점심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동료와 믹스 커피 한잔 들고 옥상에서 재테크 이야기를 할 여건 따윈 없습니다.

 

동학년 회의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면 회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 30분이라는 시간이 많이 아쉽습니다. 다른건 못하더라도 오늘의 경제 신문 정도는 읽어야 합니다. 최소한 굵직한 경제의 흐름 정도는 파악하고 계셔야 합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우리도 재테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세대의 교사는 국민연금과 별다를 게 없는 공무원연금을 받습니다. 더 이상 연금을 믿고 안빈낙도하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사회 분위기는 이미 두 번이나 털려버린 공무원 연금에 여전히 칼을 휘두르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공무원 연금은 두세 번 더 형편없어질 것입니다.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이중삼중의 연금구조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단순히 공무원 연금 하나만 믿고 있다가는 정년이 다되었을 무렵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공부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배우자가 있습니다

 

함께 담소를 나누는 그분들은 선생님과 입장이 다릅니다. 그분들에게는 재테크를 공부하는 배우자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잠깐의 휴식을 취하더라도 부의 관점에서 큰 손해는 없습니다. 배우자가 회사에서, 스터디에서 남는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생님 가정의 경제력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은 선생님 당신입니다.

 

선생님께서 부에 대한 관심을 놓아버리면 선생님 가정의 경제력을 키울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옆에 앉아 있는 모두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선생님의 집안에서 가계 경제의 주무는 선생님 본인이십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직업은 크게 가(家)와 자(者)로 나뉩니다. 가(家)는 자본가를 말합니다. 직업이 한 가문을 이룰 정도라는 의미로, 가문(사업)과 자본을 상속하고 증여하며 가문을 유지합니다. 반면 자(者)는 노동자를 의미합니다. 근로소득을 통해 남에게서 돈을 받아 삶을 유지합니다.

 

그중 전문적인 기술자에게는 자격증이 주어져 일반 노동자보다 더 나은 삶을 가능케 하지만 그 자격증은 대를 이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후손은 또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반복은 몇 세대만 지나도 거스를 수 없는 격차를 유발합니다. 우리가 돈에 대해 더 관심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선생님께 청하고 싶습니다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에 관심을 보이면 주식을 팔라던 미국의 격언이 한국으로 넘어와 교사가 재물에 관심을 보이면 끝물이라는 문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사기꾼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정년퇴직한 교사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동안 우리의 삶이 격변하는 세상과 너무 유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더이상 무의미한 그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필요도 없습니다. 나와 마음 맞는 사람은 한 학교에 한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선생님께서 조금 더 그 시간을 생산적인 활동에 사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의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돈이란 것을 입에 담는 것이 속물적으로 보이고 터부시되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더 이상 사회는 교사가 평생 명예만 좇아도 먹고살만한 부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선생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이제는 부(富)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