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임용을 통과하고 교사가 되어 5년 동안 1억을 모았습니다. 사실 흔하디 흔한 별거 없는 경험이지만, 이제 막 임용에 합격하여 재테크 계획을 세우고 있는 후배님들을 위해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글 다음 부분부터 따로 설명이 없는 연봉은 세전 연봉을 지칭합니다. 일반인들은 연봉을 말할 때 세전으로 말하는데 공무원은 연봉 계약도 없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 보다 보니 세후 금액으로 연봉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에서 세후 금액을 말하는 경우에는 연봉액 앞에 세후라고 기재하겠습니다.
혹자는 왜 5년이나 필요하냐, 2500씩 4년간 모으면 깔끔하지 않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악착같이 모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5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첫해 연봉 때문입니다. 그 당시 첫해 연봉이 2480만 원이었거든요. 그나마 저는 군대를 다녀와서 11호봉이었고, 여자 선생님들은 9호봉 시작이라 더 낮았을 것입니다.
이 금액은 심지어 세전 금액입니다. 세후로 따지면 2120이었죠.(6만원의 공제회비를 감안하면 2192만원) 2500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한 첫해였습니다. 3월에 발령받아서 첫 월급은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렸고, 두 번째 월급은 직장생활에 필요한 정장, 컴퓨터, 핸드폰 등을 구입하였습니다.
정장은 실습 및 임용 수업실연 때 아버지께 빌려 입은 치수 안 맞는 한벌, 고등학교 때부터 사용해서 10년이 넘은 컴퓨터, 남들 다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쓰고 있는 그 시절에 전 쿠키폰을 쓰고 있었거든요. 결국 첫해는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조용히 출퇴근만 했음에도 1000만원 남짓 남았습니다.
두 번째 해부터 저축을 강조하시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매월 200만원씩 적금을 부었습니다. 첫해와 다르게 두번째 해는 3600정도(세후 3180쯤) 받았기 때문에 2400만원을 적금할 수 있었습니다. 첫해와 둘째 해의 차이가 큰 것은 1, 2월을 근무하였다는 것과, 성과급과 명절상여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간혹 동기들 중에서도 어떻게 한 달에 200을 넣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시 한달에 210-20 정도 받았으니까 200만원을 적금으로 넣으면 생활이 가능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능했습니다.
- 술과 담배 하지 않음
- 스마트폰 요금제는 최저요금제(번이 6개월 후 최저요금제)
- 집돌이라 시내버스를 타고 집, 학교만 반복하고 살았음
- 집에서 혼자 옛날 패키지 게임을 하거나 영화보는게 취미라 돈이 안들었음
- 개인보험 따로 없음
- 여자친구 없음
이러한 이유로 매달 200만원을 적금하고 10-20만원 정도 남았습니다. 심지어 이 금액은 부족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돈이 남아서 이월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때의 저는 어쩌다 만나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거나 맥주 한 캔 마시는게 삶의 전부였으니까요. 축의금이나 조의금 등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성과급이나 명절상여비를 비상금으로 모아두었다가 충당하였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은행 적금 금리가 3-4%는 되었기에 예적금을 활용하여 5년 동안 1억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수협에서 진행하던 월복리 적금과 농협 준조합원으로 비과세 혜택을 잘 썼었는데 요즘에는 금리가 어떤지 모르겠군요.
이제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서 요즘 신규교사들은 얼마 정도 받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초임 시절보다는 조금 더 받겠지만 그래도 첫해 연봉은 세후 2300-2400쯤 될 것 같습니다.
사회에 나와 직장인이 되었을 때, 꼭 저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무얼 선택하든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이켰을 때 후회가 없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테크를 고민하는 후배님들께 과거의 제 흔적이 조금이나마 도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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