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는 비혼이란 단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제 주변에도 비혼이나 딩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고 그에 대한 이질감이나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비혼이 하나의 일반적인 삶의 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익숙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삶으로 안착중인 현 상황과 별개로 경제적 관점에서의 비혼은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에 절약하는 삶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의 삶은 대개 평범하고, 평범한 만큼 우리의 소득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받은 돈을 가지고 평생을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령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가지고 있더라도, 노후를 생각한다면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산의 증식은 취업을 했을 때, 그리고 결혼을 했을 때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개인이 홀로 돈을 모으는 것과 부부가 함께 돈을 모으는 것은 그 속도와 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 역시 결혼 전에는 한 달에 150만원씩 1800만원을 모으는 것조차 매우 버겁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 전과 비슷한 생활수준 또는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살고 있음에도 4000만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어떨까 한 명이 1800만원을 간신히 모았다면 둘이 함께하였을 때 3600만원을 힘겹게 모아야 할 것 같은데 4000만원을 여유 있게 모으는 상황, 왜 그런걸까요?
다들 알고 계셨겠지만 기본적인 생활비가 매우 절약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월세나 대출이자 등 주거비용이 1/2로 감소하는 효과가 있고, 식비 역시 각자 자취할 때보다 줄어듭니다. 데이트 비용 역시 감소하는데, 무조건 밖에서 만나 외식을 하고 카페를 가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상대를 픽업하고 데이트 후 다시 데려다주는 것을 고려하면 기름값도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20-30대는 돈이 주는 행복보다 그 이상의 것들이 많습니다. 퇴근 후 친구들과의 맥주 한잔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작은 내 방에서 컴퓨터 또는 TV를 보면서 야식만 먹어도 행복했습니다. 저 역시 그러했고, 평생 이렇게 살면 아쉬울 것이 없으리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가 떨어집니다.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줄어드는 것은 둘째치고, 내가 지금 힘들고 아픈데 일상을 챙겨야 하는 일이 고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직장에서 앞서나가는 동기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 생겨나고, 비슷한 수준의 삶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린 친구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이프에게 친하게 지내던 베프가 두 명 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고, 지금은 각자 자신의 분야에 잘 안착하여 커리어 우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친구들은 비혼이라 딱히 연애에 관심이 없어, 여행도 다니고 자기 계발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 친구의 생일로 1박 2일 호캉스를 다녀온 와이프가 저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두 친구가 자신을 부러워했다는군요.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다가 와이프의 삶에 다른 두 친구가 굉장히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생일 선물로 가방도 받고 좋겠다."
"너는 자기 집도 있고 차도 생기고 부럽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만난 그 친구들은 굉장히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듯해 보였는데, 와인을 마시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건 꽤나 의외였습니다. 뭐, 친구니까 립서비스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차라고 해봐야 제가 원래 가지고 다니던 국산 중고차를 운전 연습 겸 준 것이니 크게 부러울 것도 없어 보이긴 합니다. 그저 취중에 나온 이야기지만 친구들의 그런 반응은 와이프조차 의외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문득 비혼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그날의 일화가 다시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는 약간 신기했던 에피소드였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친구들의 입장에서 정말 부러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 미니멀리즘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점점 더 갖고 싶은 게 많아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비혼주의일수록 더욱 자신의 노후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증대될 기회가 적은만큼 재테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물론 재테크의 목적이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남들이 원하는 이상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재테크를 통해 그런 삶을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은 자기 자신을 평생 동안 나 답게 살기 위한 지지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한 동생들 중에서도 비혼을 꿈꾸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혼이라는 개념을 존중하고 지지하기에 친구들도 자신만의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양식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까요. 다만 그러한 삶의 장단점을 미리 파악하여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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