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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하루

너가 사는 곳은 거기가 아니다 : 현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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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군 시절 주임원사님의 말버릇은 '그래서 해봤어?'였다. 일단 병사를 불러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언제나 '그래서 해봤어?'가 튀어나왔다. 그 단어는 나름의 가불기였는데, 일단 우리는 하급자 신분이고 지금 이야기하는 일은 지금껏 해보지 않았으니까 반박할 도리가 없었다. 

 

병장이 될수록 주임원사를 대할 일이 많아지고 그 분의 입맛대로 바꿔서 적용할 일이 많았다. 수많은 일을 도입하면서 느낀건 '안되는 일은 없다.'였는데, 이건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사실 바꿔서 좋다고 느낀 경우보다 사람을 갈아넣어 어거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더 강했으니까. '그래서 해봤어?'라는 말은 어느 순간 진취적인 느낌보다는 불도저 꼰대의 레파토리처럼 느껴졌다.

 

유튜브에 등장하는 각종 재테크 영상에서도 혐오스러운게 많다. 구체적인 재테크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고 추상적인 단어만 남발하는 영상들을 말한다. 재테크 마인드 세팅을 위해 한 두번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두번이어야 한다. 백이면 백 뜬구름 잡는 소리만 반복하며 책을 팔아먹고 있는데 그걸 누가 좋아할까. 하지만 많이들 열광하더라

 

뭐, 큰 돈을 번 방법이 나름 사업 비밀에 해당해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면 유튜브에 나와 썰을 풀거나 책을 팔지 말았어야지.. 너무나 부수익?을 노리는 것이 느껴져 거북하다.

 

근데 마냥 남들 욕만 하고 있을거야?

 

오랜 내 관념이 흔들린 순간이 있었으니 블라인드를 보고 있을 때다. 공무원이라 공무원 라운지를 첫화면으로 접하게 되는데, 공무원 라운지는 가히 불평불만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행복을 얻은 글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이 남을 비꼬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글 뿐이다.

 

혹자는 익명 커뮤니티의 기능이 그런 것이지 뭐가 더 있냐고 묻는다. 맞다. 현실에서 말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커뮤니티를 통해 푸는 것, 커뮤니티의 역할 그 자체에 충실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행동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사건이 터져서 속풀이용 징징거림은 이 글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건 삶의 모든 것이 불만투성이인 사람을 말한다.

 

아무리 바코드 닉을 하고 있다지만 서로 보이는 글이 비슷하고 언행이 일정하니 금방 특정된다. 하루 종일 블라에 접속해서 남들 욕만 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나 보인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24시간 콜센터처럼 접속해 있으니 이 사람들은 블라가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걱정될 정도다.

 

제발 뭐라도 좀 해봐

 

군대에서의 기억으로 누군가에게 '그래서 해봤어?'라는 말을 절대 안쓰는 나지만,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뭐라도 일단 해봐, 욕만 하면서 시간 보내지 말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루 종일 남을 욕하고 있기엔 손가락이 아프지 않나? 어느 순간 내가 뭐하고 있나 진한 현타가 오면서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지 않는 행동이다. 그 시간에 책을 하나 더 읽고 기업 리포트라도 하나 더 챙겨볼 것 같은데..

 

어차피 나는 모르는 타인의 인생이다. 내가 뭐라할 것도 없고 뭐라해서 바뀌는건 없다는 것도 안다.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전염된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다가도 블라인드에 한번 접속했다가 기분을 잡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블라인드를 점차 멀리하게 되었다.

 

현생을 사는 나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과거에 사는 그들은 과거에 고일 것이다.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불행만 외치다 끝나는 삶.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현실을 낭비하지 말자. 인생을 남 탓만 하며 허송세월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한번뿐인 인생 최대한 많은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불만족스러운 직업을 바꾸든, 재테크로 돈을 벌든,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든, 할 수 있는걸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30년 후에도 거기서 남 탓하고 있을거니? 현생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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