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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

조리원 퇴원, 그리고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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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조리원을 거쳐 집에 온 때가 18일째 되는 날이었다. 영원히 넘어갈 것 같지 않던 달력은 조용히 시간을 적립했고 어느새 50일을 넘겼다.

 

처음 집에 온 날의 충격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1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우는 아이 앞에서 우리 부부는 그저 무능력했다. 여전히 울고 있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멘탈이 나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첫 날의 기억은 그렇게 악몽으로 끝났다.

 

주말이 지나고 산후 도우미가 와서야 집에 질서가 잡혔는데, 육아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근하는 남편 대신 밤을 지키는 와이프도 산후 도우미가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집안에서 하루 종일 함께하다보니 소소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렇게 신생아 기간이라 불리는 30일이 지났다.

 

의외로 잠잠했던 20일

 

30일부터 50일까지의 과정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신생아를 졸업하고 살도 오른 아이는 우리 집 환경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예전보다 통잠을 자는 시간도 많아졌는데, 11시쯤 잠든 아이는 3시까지 4시간 이상 통잠을 자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30일이 넘어서면서 아이가 입 밖으로 침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시기 아이들은 침을 잘 넘기지 못하기 때문에 침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 또한 가끔씩 기침을 3-4번씩 하여 혹시나 감기에 걸린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소아과에 문의하니 10번 이상 기침을 하는게 감기라고 한다. 보통 침을 삼키다가 목에 걸려서 그런 것이라고 들었다. 내 아이의 작은 동작 하나 하나가 모두 신경쓰인다.

 

48일쯤 젖병 사이즈도 기존 SS에서 S사이즈로 바꿔주었다. S로 바뀌니 분유를 먹는 속도가 정말 빨라졌다. 100일에 L사이즈까지 늘려야 한다는데 언제 M을 지나 L까지 갈 지 의문이다. 때 되면 다 알게 되겠지만 😅

와이프와 아이가 조리원에 있던 시절 직접 동사무소에서 신청한 부모급여와 아동수당, 한전 전기 요금 할인, 출산 지원금 등도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하면 하나하나 다 신청해야 한다고 하는데 직접 가서 신청하니 한번에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부모급여 70만원, 육아수당 20만원이 들어와 부족한 살림살이에 꽤나 보탬이 되고 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집 밖에 나갈 일은 거의 없지만 병원 검진이나 사진 촬영 등을 이유로 간혹 외출을 해야할 때가 있다. 이 때 바구니 카시트가 필수적인데, 며칠 전 50일 촬영을 위해 아이를 태워보니 이제는 크기가 부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100일 촬영 때가 마지막이거나, 유아용 카시트를 개시해야 될 것 같다. (바구니 카시트는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몇 번 쓰지 않기 때문에 새로 사는 것보다 당근이나 중고거래를 추천하고 싶다.)

 

새롭게 등장하는 발달 모습과 수면 의식

 

신생아를 넘어 영유아가 되니 아이에게서 새로운 행동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주먹 고기'라 불리는 손을 입에 넣고 빠는 행동이다. 습관적으로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빨고 있는데, 손 위생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침독이 오를 수 있다고 하여 계속해서 손을 닦아주고 있다.

 

일명 배냇웃음이라 불리는 단순 근육적인 움직임이 점차 사라지고 사회적 웃음이 생겨났다. 부모의 얼굴을 눈으로 쫓아오고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시기에 부모와 애착이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하여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다. 계속해서 말도 걸어주고 장난도 치고.. 힘든 육아를 잊게 만드는 힘이다.

 

50일이 지나면서 수면 의식을 시작하였다. 기존에는 내 출근 일정에 맞춰 12시까지 내가 데리고 있다가 12시에 와이프가 자고 있는 침실에 아이를 넣어놓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아이의 취침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이제는 저녁 8시부터 재우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7시쯤 목욕을 하고 수유 후 8시부터 와이프와 함께 잠에 드는데, 아이가 중간에 깨는 경우에는 내가 데리고 나와 분유를 먹이고 트림 후 다시 재운다. 아이가 계속 잠결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거실 불도 간접등 하나만 켜놓은 상태다. 수면 의식을 통해 아이가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 수 있도록 하고, 100일이 지났을 때 통잠을 잘 수 있도록 미리 기반을 닦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다 있다

 

50일까지의 활동

- 가슴과 팔 근육 단련을 위해 손가락 잡으면 들어 올리기

- 30일 이후부터 1~2분씩 꾸준히 터미 타임

- 혈액순환을 위해 하루 한 번 가벼운 마사지

- 다양한 자극을 위해 아이와 계속해서 대화하기 사실상 혼잣말 🤣

- 하루에 한 권 책 읽어주기 (그림을 살펴볼 수 있도록 책 금방 넘기지 않고 오래 보여주기)

 

50일의 기적은 실제하는가

 

50일의 기적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우리 집은 아쉽게도 그런 기적이 없었다. 오히려 50일부터 등센서가 발달하는지 눕히면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 우리를 힘들게 했다. 다음 100일의 기적을 기대할 뿐이다.

 

50일까지의 육아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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