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같은 호봉인데 교사마다 월급이 다를까?

월급 날마다 교사 커뮤니티를 강타하는 질문이 있다. '교사 10년차에 월급 300만원 되나요?'라는 질문이다.

 

해당 주제가 주로 등장하는 날은 월급 날이기 때문에, 문맥상 이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300만원이 되는지 묻는 것일테다. 나 역시 일전에 해당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교사 10년차 월급 실수령은 300을 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진 10년차에 월급날 통장에 숫자 3으로 시작하는 월급은 볼 수 없다. 대략 12년차(21호봉)에 숫자 3으로 시작하는 월급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현재까진'이라 전제를 단 것은 매년 조금이나마 공무원 연봉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23년에는 12년차 전후의 호봉일 때 통장에 300이 찍히겠지만, 저경력 선생님들은 매 년 인상되는 공무원 연봉 특성상 조금 더 빠르게 300만원을 접할 것이다. 최근에 임용된 선생님이라면 10년차쯤 숫자 300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단순 예상일 뿐이다

 

내년에 담임수당과 부장수당이 오른다면 의외로 빠르게 10년차 300을 볼 수 있을지도? 😁

 

그런데 꼭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얼토당토한 호봉에 말도 안되는 금액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 즉, 일반적인 디폴트 값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굉장히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케이스를 가져온다는 것. 그동안 내가 접한 케이스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급여명세서를 못읽는 사람

 

첫번째는 급여명세서를 읽지 못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교직원 공제회에 납입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는게 대표적이다. 교직원 공제회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선택해서 들고 있는 적금이므로, 월급을 이야기할 때 공제회 납부 금액을 다시 포함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요즘은 많이 사라진 오류지만 아예 없어지진 않았다.

 

또한 기타공제, 급식비를 제외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기타공제는 보통 학교 내에서 운영하는 학교 친목회비다. 급식비 역시 정액급식비를 받아 급식비로 일부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월급을 이야기할 때에는 다시 포함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친목회를 안들거나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오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개인적으로 다이어트 한다고 샐러드 싸오는 선생님들을 몇 번 보았다.

 

마지막으로 급여내역에서 가족수당을 포함하여 말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수당에는 배우자 수당, 가족 수당, 부양가족 수당 등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특수 상황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교사 월급'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 옳다. 30대 절반이 미혼인 세상에서 가족 수당은 디폴트 값이 아니다.

 

시간을 갈아넣은 돈

 

두번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시간을 갈아넣어 받은 돈을 마치 해당 호봉의 교사라면 누구나 받는냥 글을 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재 수당이나 방과후 수업, 돌봄 수업 등이 있겠다. 중등 교사라면 야자 감독 수당이나 정규 수업 시간 이외에 진행하는 특기적성 교육-우리 학창시절에 있었던 0교시나 7교시-이 있다. 

 

이러한 수업들은 대부분의 교사가 받는 수당이 아니고 개인이 시간을 갈아넣어 받는 돈이다. 자신의 영끌 금액을 자랑하고 싶을 때 이것을 포함하여 말하는 것은 나름 양보할 수 있으나, '호봉별 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수당을 집어넣어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심지어 초등에서 방과후는 농어촌 시골 지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기초 생활 가정에 지급되는 방과후 자유수강권을 사용해야 하는데 방과후 강사가 해당 시골까지 오지 않아 강사를 구할 수 없는 경우, 부득불 교사가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여 자유수강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그 정도의 시골 학교 + 강사가 구해지지 않는 특수 상황 + 기초수급 가정의 재학생 존재의 삼위일체가 아니고서는 방과후 수당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바학은 진리인지라 전국의 수많은 학교 중에는 관리자의 허락을 받고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교사가 있을 것이다. 어디나 예외 사례는 있을테니.

 

소득세 차이

 

세번째는 소득세 차이다. 소득세는 전년도 소득을 종합하여 산정하는데, 일정 금액별로 과세 표준이 있어 과세 표준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관련하여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이것 자체가 중요한 내용이 아니니 넘어간다.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종합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율 : 종합과세, 분리과세, 분류과세란?

 

여기서 중요한건 전년도 소득에 따라 내가 내는 소득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해 휴직을 했다면 같은 호봉이라도 일반 교사 대비 소득이 압도적으로 적을 것이다. 또한 전 해에 담임을 맡지 않고 성과급은 전전해 휴직으로 받은게 없으며, 잦은 조퇴로 시간외근무수당도 적게 받았다면 당연 일반 교사 대비 소득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득세는 행정실의 방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연말정산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텐데, 우리는 소득세 비율을 80%, 100%, 120%로 조정할 수 있다. 보통은 100%로 되어있겠지만 본인의 신청 하에 그 비율이 바뀌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때에도 80%를 선택한 경우라면 남들보다 소득세가 적을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연말 정산 때 돈을 토해낼 확률이 더 높겠지만.

 

이처럼 내가 '일반적인 호봉별 실수령'을 말하려면 이러한 경우도 다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껏 말도 안되는 호봉별 금액을 제시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 소득세 부분에서 남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기여금 차이

 

마지막으로 기여금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여금은 공무원 연금 공단에 납부하는 금액인데, 흔히들 호봉에 따른 기여금이 동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공무원의 기여금 산정 방법은 기준소득월액*9%다. 여기서 기준소득월액은 기여금 및 퇴직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액을 말한다. 전년도에 받은 총 과세 소득 - 3개 수당(성과급여, 초과근무 수당, 연가 보상비) + 동일 직급의 3개 수당(앞과 동일) 평균을 /12한 이후에 1+공무원보수인상률과 곱해서 계산한다.

 

위 식을 보면 동일 직급이라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동일 직급인 교사의 수당 평균을 계산한다. 연가 보상비가 없는 교사의 경우 성과급이나 초과근무 수당을 제외한 보직수당, 가족수당, 휴직 유무에 따라 기준소득월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기준소득월액이 달라지면 해당 금액의 9%에 해당하는 기여금도 바뀔 것이다.

 

공무원 연금 공단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휴직자는 일반 만근 재직자보다 기준소득월액이 적게 산정된다고 한다. 즉, 전 해 휴직을 한 사람은 남들보다 기여금 액수가 적을테고, 이로 인해 같은 호봉임에도 매우 다른 월급이 급여 명세서에 찍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같은 호봉임에도 월급이 다른 이유를 알아보았다.

 

개인에 따라 월급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호봉별 일반 값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글을 통해 비슷한 호봉임에도 예외적인 사례를 접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선생님이 없길 바란다. 가장 바람직한건 내가 예외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면 애초에 그런 대화에 끼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