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책을 많이 사서 읽는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패드에 e북을 받아서 보기 시작하였다. 한번 보면 더이상 볼 필요가 없는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격은 비싼데 공간까지 차지하는 책들이 한쪽 벽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점점 더 커진 것 같다.
최근 읽은 경제 서적 중에서 책을 소유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 '부의 골든타임'과 '돈의 심리학'이다. 두 책은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했고 내가 가진 시야를 넓혀주었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은 문구를 초서해둔다.
p.20
나는 볼테르의 다음 말을 좋아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
p.39
당신이 하는 일이 내 눈에는 미친 짓 같지만 당신이 왜 그러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이지만, 그러한 생각과 행동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p.88
비교적 작은 조건의 변화로 얼마나 큰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작은 성장이 미래 성장의 동력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 그 출발점이 거의 논리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비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너무나 비논리적이기 때문에 무엇이 가능하고, 어디서 성장이 만들어지고,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과소평가하게 된다. 돈도 마찬가지다.
큰 변화, 예컨대 부자가 되는 일은 엄청난 계획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 하나하나부터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다.
p.94
경제에 관한 다양한 책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책은 '닥치고 기다려라'가 되어야 한다. 주식거래를 했다가 실망하고, 잘못된 전략을 세우고, 어쩌다가 투자했는데 성공을 거두기도 하는, 이 모든 일의 주된 원인은 어쩌면 복리가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략) 그러나 반드시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것만이 훌륭한 투자인 것은 아니다. 최고의 수익률은 일회성이어서 반복할 수 없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리는 게 더 훌륭한 투자다. 최대한 오랫동안 반복해서 할 수 있는 투자 말이다. 여기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복리의 원리다.
장기 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를 중시하는 저자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한 투자를 주장한다. 나 역시 투자에 재능없는 일반인들은 시간과 꾸준함을 믿고 장기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p.103
자본주의는 녹록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전혀 다른 별개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한다. 겸손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벌었다고 해서 손쉽게 소비해버리면 안 된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기 때문. 근데 난 왜 어렵게 벌어도 쉽게 나가는 것 같지? 🤣
p.109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획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이다. 우리가 계획을 세워도 신은 비웃는다. 재무 설계 및 투자 계획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지금 나의 행동이 적정 범위 내에 있는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일로 가득하고 좋은 계획은 이런 험준한 현실을 애써 아닌 척하지 않는다.
계획은 타이트한 것이 아니라 여유 있고 보수적으로 설계하라는 의미이다. 정확히 모든 것이 일치하고 맞아떨어질 때에만 적용 가능한 계획은 계획이 아니다.
p.134
롤모델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들의 성공에 득이 된 행동이 수많은 행동 중 겨우 몇 퍼센트에 불과함을 간과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내가 저지른 실수, 손실, 차질은 마치 내가 뭔가 잘못해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가들이 그래 온 것처럼, 우리는 틀린 것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맞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가들은 옳았을 때 우리보다 더 많이 옳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만큼이나 자주 틀렸을 수도 있다.
계속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공했을 때 크게 얻고 실패했을 때 적게 잃어야 하는 것이다. 고수들도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도 경험하지만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 빠르게 손절하여 손실을 줄인다. 즉,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좌절하지 말 것.
p.163
사실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부는 구매하지 않은 좋은 차와 같은 것이다. 구매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다. 부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바꾸지 않은 금전적 자산이다. (중략) 더 강하게 얘기하자면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진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부를 축적하는 유일한 길일뿐 아니라, 바로 부의 정의이다.
존리가 떠오르는 문구다.
책에서 소개된 제임스 리드는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몸소 증명한 인물이다. 제임스 리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해 위 링크를 연결한다.
p.224
벤저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길 안전마진의 목적은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안전마진(실수에 대비한 여지, 여분이라고 불러도 좋다)은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을 안전하게 해쳐나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전에 한번 설명했던 플레인 바닐라가 떠오른다.
p.279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설득당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올해 시장이 어땠는지, 내년에 경기침체가 찾아올지 등은 내가 하는 게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장기 투자자에게 단기적인 전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시 한번 일희일비하지 말 것.
p.289
비관주의는 낙관주의보다 더 똑똑한 소리처럼 들리고 더 그럴싸해 보인다. 누군가에게 모든 게 잘될 거라고 말해보라. 상대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거나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당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해보라. 상대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당신의 입만 바라볼 것이다.
본래 돈은 낙관주의가 벌고 명성은 비관주의자가 얻는다고 했다. 난 돈을 얻고 싶다.
p.334
저축이란 당신의 자존심과 소득 사이에 생긴 틈이고, 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미래에 더 많은 것 혹은 더 많은 옵션을 갖기 위해, 오늘 내가 살 수 있는 것을 사지 않을 때 부가 만들어진다. (중략) 돈을 관리함에 있어서 밤잠을 설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게 내가 밤에 잘 자는데 도움이 될까?'라는 기준은 모든 금융 의사결정에서 누구에게나 최고의 이정표다.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밤에 잠이 편안한 투자를 해야 한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투자는 좋은 투자가 아니다.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는 한 해를 시작하는 투자자가 읽기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큰 줄기는 '복리를 믿고 편안하게 장기 투자하라'였다. 물론 이러면 부의 추월차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더이상 어떻게 부자가 되겠는가. 나이 들어 호호할아버지가 되서라도 부자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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