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3월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잠깐 시간을 내서 몇몇 재테크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읽을만한 글은 있는지 글을 뒤적여본다. 우연히 베스트글, 일명 인기글에 올라와 있는 글 중에서 내 시선을 끄는 글이 있다. '아, 교사 까는 글이군' 보나마나 영양가 없는 글이겠지만, 본능적으로 그 글을 클릭하게 된다.
역시나 장황하게 교사를 까는 글이다. 아래 댓글은 이미 콜로세움이 세워졌다. 그러니까 인기글이 되었겠지? 빠른 속도로 댓글을 쭉 읽어보았다. 딱히 내용은 없는 감정 싸움들. 아직도 9호봉의 특혜를 받는다든지 12개월로 나누어 연봉을 받는다는 둥 잘못된 정보가 난무한다. 에잉, 내가 그렇게 잘 설명해놨는데 검색 한 번만 해보지..
나 역시 어릴적부터 인터넷과 함께 일생을 보낸 세대이고, 그만큼 인터넷 세상에서 무수한 언쟁을 하며 인터넷 파이터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나름 활동하는 커뮤에서 논리적이라고 인정도 받았었고, 따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나중에는 여기저기 게시판 관리자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시간 아깝지.
열내봐야 현실은 그대로
어느 순간부터일까? 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무의미한 데이터 속에서 '왜 내가 감정을 쏟고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아무리 열을 내고 떠들어봐야 창을 닫고나면 남는 게 없었다.
세상을 바꿀 의기를 가지고 시작된 일이라면 내 시간과 노력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하겠으나,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99%의 논쟁들은 영양가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을 들여 논쟁에서 이기면(물론 그것이 진정한 승리인지 정신승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약간의 기쁨을 얻을 수 있지만, 컴퓨터를 끄고보니 남는 건 그저 지나버린 시간과 눅눅한 현실뿐이라는걸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내 열정과 시간을 여기에 투자하는 시간에 현실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철저히 내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것들을 모으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 그 옆의 소음은 무시하게 되었다. 행동 없는 무의미한 입씨름은 그저 시간을 축낼 뿐이니까.
내 시간과 감정이 아까워서
어릴적엔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잘 몰랐다. 세상엔 즐거운 것이 많았고 그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재미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이로움으로 돌아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보는 것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사회에는 내가 모르는 여러 세상이 있었고 배울 것들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여러 취미부터 시작했다. 성악을 배워보기도 하고, 한때 인문고전에 빠져 4년 정도 책만 읽으며 살았다.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생겨 2-3년 정도 영상에 빠져 살기도 했다.(지금도 내 삶에 좋은 활력소이자 나만의 강점이 되었다.)
직장에 얽매여서 순응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고, 조금 더 나를 위한 삶을 살길 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은 역시나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었고, 마침 나에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경제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또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투자는 즐거웠고, 하루하루 변화하는 내 미래를 보면서 확신을 얻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블로그도 나에게 유익한 취미가 되었다.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서 기록으로 남겨둔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또한 내가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고 나중에 그것이 필요할 때 한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쯤 되니 인터넷에서 보이는 똥글에 더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경이 쓰여도 시간이 아까워서 댓글 하나 쉽게 달 수 없었다. 내가 뭐하러 여기에 내 시간과 감정을 쏟나? 안 그래도 바쁜데 말이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하루하루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남는 시간에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일에 지쳐 집으로 돌아오면 누구나 오늘 하루쯤은 그냥저냥 맛있는 음식을 먹고 티비나 보면서 노닥거리다가 잠들고 싶다. 오늘 하루만 좀 그러면 어때? 인터넷 좀 보다가 의미없는 논쟁에 참여할 수도 있지. 팝콘도 튀기면서..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다. 돈이 많다고, 명예가 높다고 하루가 48시간인 세상에 살지 않는다. 모두가 하루 24시간이라는 정해진 총량을 제공받으며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여전히 젊고 사회는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그것을 소화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삶을 유지하고 가족들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 내 가족, 자산 등 내 것이 많아지고 지켜야할 것들이 늘어난다. 지킬 것은 많고 목표는 아직도 저 멀리 있는데 주어진 시간은 여전히 그대로라니. 놀라운건 뒤를 돌아보니 저들은 그 자리에 멈춰서 의미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저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난 여전히 배울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저들은 매우 여유로워 보인다.
이제 막 뜀박질을 시작한 내가 먼 훗날 나만의 결승점에 위치해 있을 때, 여전히 그들은 그곳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을까? 아니면 그때는 저 멀리 멀어진 나를 보면서 의미없이 보낸 시간들을 아쉬워할까? 모를 일이다. 어차피 각자의 인생. 모든 선택도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이 지는 것이니, 난 내 삶에 충실히 살아야겠다.
..라고 멋들어지게 말하고 싶지만 실상 '나 살기도 바쁘니 옆에서 뭘 하든 관심없다'가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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