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새벽 조용한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가슴 속 답답함을 풀어야 하는데 글쓰기만큼 쉬운 해결책이 없다. 밤이 주는 시크함과 묘한 감성에 휩싸여 키보드가 내는 일정한 기계음을 듣고 있으니 무언가 맺혀있던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헐거워진다. 역시 밤은 글쓰기 딱 좋은 시간이다.
전국의 부동산이 다시 '불장'이라고 한다. 이제 강남은 50억, 70억 하는 아파트들이 보인다. 아, 작년을 마지막으로 완만한 상승 또는 횡보를 기대했던 나에게 이런 현실은 상당히 어렵다.
물론 내 부동산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략 16-8억 선에서 거래되는 것 같다. 역세권에 관련 호재도 몇 개 더 남아있으니 이러한 상승세라면 추후 20억 정도를 기대해봄직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만족할 수 있을까? 판교 푸그는 30억이 넘었고 속초는 17억을 찍었다. 부천, 의왕, 광명 등 곳곳에서 15억을 넘기며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니 내가 가진 부동산은 왜 저렇게 급등하지 않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
사람은 상대적이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느낌을 받으면 그 감정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비록 내 생활 반경이 강남과 닿지 않아 일평생 강남에 살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강남의 집값이 50-70억 하는 세상에서 내 집이 17억이면 그게 기쁠 일인가 싶다. 사실상 절대적인 금액만 커졌을 뿐 상대적인 가치는 그대로인 것이 아닌가? 아니지, 상급지는 하급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였으니 오히려 손해다.
오늘의 답답함은 초조함에서 온다. 작년에 똘똘한 한채를 믿고 추가적인 부동산보다는 주식에 집중했는데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자꾸 의문스럽다. 실제로 작년에 진지하게 매매를 고민했던 아파트들은 gtx 호재를 타고 엄청나게 상승했다. 물론 편안한 투자를 지향하여 별다른 근심걱정 없이 1년을 지냈지만 압도적인 부동산 수익률을 목도하니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후회는 그만하고 앞만 보고 나아가라는 조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속상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그러면 안된다는걸 잘 알지만 마음 속 한켠의 복잡한 감정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시간을 내어 보살펴줘야 하고, 그래서 오늘 밤 그 기분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낸다.
한번 던진 주사위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과 결과에 따른 후회도 막을 수 없다. 그저 지금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를 믿어야 한다. 확신이 없으면 자기세뇌를 걸어서라도 믿어야지 뭐 별 수 있나. 서두르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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