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이 되었을 무렵이다. 어느 날부터 10년 넘게 끼어온 소프트 렌즈가 더이상 눈에 맞지 않았다. 눈에만 끼면 멀쩡하던 눈이 갑자기 빨개지며 가렵고 따가워서 렌즈를 낄 수가 없었다. 무슨 병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안과를 찾아갔지만 안과 의사는 나에게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했다.
눈에 노화가 와서 그렇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눈도 신체의 일부로써 노화가 진행되는데, 너의 눈은 노화가 진행되어 더이상 렌즈를 낄 수 없는 눈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내가 젊고 건강하다 생각했었는데, 단순히 노화를 이유로 더이상 렌즈를 낄 수 없다는게 놀라웠다.
그렇게 특이했던 기억을 지나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평생 검을 것만 같았던 머리에 새치가 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새치의 수는 많아졌다. 이것도 노화 때문이겠지.
30대 후반에 접어드니, 확실히 이전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느껴졌다. 예전보다 소화력이 많이 줄었음을 느낀다. 무언가 먹어도 전처럼 쉽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트림을 반복한다. 면역력도 약해졌다. 예전에는 강한 면역력으로 버텨냈을 질병들이 이제는 슬금슬금 찾아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정맥에 관한 글을 썼다. 부정맥은 어릴적부터 한의원에 가면 '맥이 빠르시네요' 라며 종종 듣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딱히 부정맥에 대해 경각심을 갖거나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고보니 심장도 가끔 두근거리고 답답한게 부정맥이 조금씩 발현되는 듯 하다.
부정맥에 대해서 찾아보니 결국 부정맥도 '노화' 때문이었다. 선천적으로 부정맥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남들보다 더 빨리 발현되었을뿐, 신체 기관이 하나씩 늙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도 늙어가고 있다
가끔씩 들려오는 친구들의 소식도 여기저기 아파서 골골대는 이야기가 많다. 허리 디스크로 아침에 쓰러진 친구들은 물론이고 한명 씩 지병-예전이라면 질겁했을 큰 수술을 동반한-을 앓기 시작했다. 이제 수술도 인생 경력에 당당히 한 줄 쓰여질 나이가 된걸까? 나 역시 이 병 저 병 차례대로 돌아가며 아픈걸 보니 더 이상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나도 더이상 '젊음으로 모든걸 이겨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님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자동차도 5년쯤 타면 이것저것 고장이 나서 갈아줘야 하는데, 하물며 이 몸을 40년 가까이 쓰고 있었으니 고장이 안날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매일매일 안전 운전하며 제때 소모품을 갈아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혹자는 그 나이에 벌써 무슨 소리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내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데 어찌하겠는가. 평생 청춘일 것 같던 친구들에게 하나씩 지병이 생기는 현 상황을 무어라 부정할 것인가? 그저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음이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파나소닉의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가난해서 어릴 때부터 갖가지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몸이 허약해 꾸준히 운동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여기고 열심히 배웠다'고 했다.
실제 초등학교 때부터 몸이 허약했던 마쓰시다 고소스케는 평생에 걸쳐 꾸준한 운동으로 96살까지 장수했다.
노화를 막을 순 없지만 늦출 순 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단련하며 노화를 최대한 늦춰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남들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겠지만, 누적된 영향력은 향후 10년 내로 나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녀가 장성하여 독립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 시간의 복리를 얻을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 가족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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